본문 바로가기
핫한 트렌드 스토리

평일엔 불 꺼진 찬양대실… 주일 2시간만 반짝 불 밝혀

by 카이로 B.G.PARK 2024. 7. 5.
반응형

[교회 공간을 공유합니다] <상> 한국교회 공간 활용 실태

대부분 한국교회는 주중 유휴 공간으로 덩그러니 남아 있다. 새벽예배나 수요예배를 드리는 본당에 견줘 부속공간은 활용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엔 편의점보다 교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활용도를 따지면 정반대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과 달리 교회 대부분은 주중에 문을 닫는다. 새벽예배와 수요예배, 금요예배를 모두 헤아려도 교회 공간은 평일엔 공실로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교회 크기를 막론하고 지역주민과 공간을 나누는 교회가 늘고 있다. ‘교회의 남는 공간을 마을에 내주는 교회’들이 무너진 한국교회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까. 국민일보는 한국교회의 공간 활용 실태를 들여다보고 교회의 지역 상생 실험, 전방위 동역 방안 등을 살펴본다

 

168시간 중 2시간.

경기도 부천 A교회 찬양대실엔 일주일에 딱 두 번 불이 켜진다. 주일예배 전후 약 1시간씩이다. 이 교회 청소년예배실 교사사무실 당회원실 세미나실 등 예배당과 화장실을 제외한 공간 17곳 활용도 역시 비슷하다. 적벽돌로 지은 교회 연면적은 600여평(1983㎡)에 달한다.

이 교회 담임 김성지(가명·44) 목사는 3일 “2016년 신관을 증축했으나 주일을 제외하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대부분”이라며 “성경공부실은 일주일 내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교인들이 가장 자주 머무는 장소는 소예배실로 새벽·수요·금요기도회를 드리는 곳이지만 이마저도 평일 사용 시간은 10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인천 B교회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가교회인 이 교회 역시 주일에만 교인 60여명으로 북적인다. 주중엔 텅 비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하루 두어 시간 교회 청년들이 공부하거나 모임 공간으로 찾는 정도인데 이마저도 다목적실만 사용된다. 교회 예배당은 강단 정중앙에 강대상이 있고 내부는 의자로 가득 채워져 있어 예배나 기도회 시간 외엔 머물기 쉽지 않다. B교회는 건물 3층과 4층을 임차해 쓰고 있다.

국민일보는 양민수(국민일보 교회건축 자문위원) 아벨건축사사무소 대표와 두 교회를 방문했다. 외관과 실내 모두 다른 형태의 교회 건물이었지만 두 교회 목회자는 같은 고민을 품고 있었다. “주중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교인들은 물론 이웃들도 머물 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요.”(김 목사) “상가교회도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B교회 목사)

두 목회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교회를 다시 지을 순 없지 않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이는 상당수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가진 공통적 고민이기도 하다. 자체 교회당이 있는 교회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특히 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공교회성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양민수(오른쪽) 아벨건축사사무소 대표가 3일 경기도 부천 A교회 본당에서 김성지(가명) 목사에게 소예배실 리모델링을 제안하는 모습.

 

반응형

양 대표는 A교회에 “일단 1층 소예배실부터 리모델링을 시도해 보라”고 제안했다. 또 최근 10년간 지역주민의 연령 변화와 함께 교인들의 평균 연령대를 고려해 ‘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고민해 보라고 권했다. B교회엔 주변 학군과 상업 시설 등을 참작해 ‘스터디카페’ 등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양 대표는 “손님이 더 많이 올 방법을 고민하는 카페들도 하루 평균 34곳이 문을 닫는다”며 “이웃을 위해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 하더라도 해당 시설이 교회라는 이유로 접근성에 분명한 한계를 가질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교인들부터 주중에 자주 드나들 수 있으면서 나중엔 지역민까지 찾아올 수 있는 시설을 모색하라”며 “상가교회가 아닌 경우 첫인상을 결정할 1층 공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템을 모색할 땐 지역민 연령대 동향을 비롯해 교인들의 의견을 구하라”며 “시설을 통해 교회가 이득을 본다는 인식을 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지속성과 특성화”라며 “어떤 공간을 조성하든 바깥 시설과 똑같다면 사람들은 교회 바깥을 선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 국민일보

부천·인천=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