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종로선 개통식
신병주 교수의 사심(史心) 가득한 역사 이야기 (79) 서울 지하철 50년을 돌아보며
1호선에서 2호선까지
1호선 역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역은 종각역이다. 1981년 광화문점이 개점하기 전까지 종로의 대표적인 상징 공간인 종로서적을 찾기 위해 내린 역이 종각역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종각역은 대학생들이 쉽게 이용하기가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학생 시위의 중심에 종각역이 있었고, 잦은 불심검문 때문에 종각역에 내릴 때는 늘 불안해했다.
당시 관악산에 자리를 잡은 서울대학교는 캠퍼스가 넓어 캠퍼스 안까지 들어오는 52번 좌석 버스가 있었다. 시위를 주동하던 주동자가 종각역 앞에 52번 버스가 서자, 바로 창문에서 지붕으로 올라와 ‘독재 타도’의 구호를 외치며, 호소문을 뿌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종로3가역은 영화관의 성지였다. 단성사와 피카디리극장이 서로 마주 보며 관객 동원 경쟁을 하였고, 서울극장을 가기 위해서도 종로3가역을 이용했다.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으로 1984년 5월 22일에 완전개통 됐다. 당시 서울의 친척집에서 생활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2호선의 개통은 너무나 반가웠다. 당시 1호선과 2호선을 연결해 주는 지선이 신설동에서 성수역까지 운행됐는데, 필자는 신답역과 기지역을 거쳐 성수역에 도착한 후, 전철을 갈아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다.
기지역(基地驛)은 지하철 차량 기지가 있다고 해 붙여진 역명인데, 1992년 용답역(龍踏驛)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2호선의 완전 개통까지에는 단계적으로 노선이 개통되는 과정을 거쳤다.
필자는 지하철이 순환선이 완전 개통된 것을 기념해 서울대입구역에서 이대역까지의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이대역에서 순환선 개통을 취재한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기억이 있다.
2호선 구간은 이대, 홍대입구, 한양대, 건대입구, 서울대입구 등 대학교 이름이 역명으로 붙은 경우가 많다. 한때 농담으로 낙성대역도 대학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참고로 ‘낙성대’의 지명은 강감찬 장군이 이곳에서 태어날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한양대와 서울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은 줄임말 형태로 역명을 쓰고 있다. 3호선이 있는 동국대 역시 동대입구역이다. 건대입구역의 처음 이름은 ‘화양역’이었는데, 건국대 학생회 측에서 강력히 역명 변경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는 이야기를, 당시 학생회 활동을 하신 후 건국대 교수님이 되신 분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서울대입구역처럼 입구도 아닌 역에도 학교 이름을 붙였는데, 건국대처럼 역과 대학교가 인접한 경우에 역명을 붙이지 않는 것을 지적해 ‘건대입구역’이라는 이름을 찾은 것이었다. 건대입구역은 지하철 7호선까지 통과하는 역이 되면서, 건국대학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필자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근무하던 시절, 강의를 나가던 학교의 학생들에게 규장각 참관 수업을 위해 규장각에 오도록 한 적이 있다. 미리 서울대입구역은 ‘입구’가 아니니 꼭 지하철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것을 강조했음에도, 순진하게 입구로 알고 걸어서 오다가 지각을 한 학생을 만난 경우가 많았다.
2호선의 일부 구간은 지상철이어서 바깥 경치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강변역에서 한강을 건너 성내역에 도착하는 구간에서는 한강의 풍광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성내역은 2010년에 잠실나루역로 역명이 바뀌었다.
3호선에서 5호선까지
지하철 3호선은 1985년 7월 12일 구파발~독립문 구간이 개통됐고, 이어서 1985년 10월 독립문~양재, 1990년 7월 지축~구파발, 1993년 10월 양재~수서에 이어, 2010년 2월 수서~오금 구간이 단계적으로 개통됐다. 강남 지역을 통과하고, 1990년대에 조성된 신도시 일산과 분당 지역을 지나는 역이 많다. 3호선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역은 고속터미널역으로 7호선과 9호선이 이곳을 지나면서 이용객도 대폭 늘어났다.
3호선은 경복궁(경복궁역)과 창덕궁(안국역), 종묘(종로3가) 등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산을 찾아가는데 편리한 역이다. 경복궁역은 경복궁의 이름을 남긴 데 비해, 창덕궁은 자신의 이름을 갖지 못하고 안국역에서 내려 창덕궁으로 가야 한다.
4호선의 남북의 끝에 있는 역명 중 사당역과 당고개역은 옛날 이곳에 신당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사당은 한자로는 사당(舍堂)을 쓰지만 사당(祠堂)과 통하는 말이다. 당고개 역시 ‘서낭당이 있던 고개’를 뜻하는데, 역의 명칭에 민간신앙이 남아 있음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근 역명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원구 지명위원회가 당고개역을 ‘불암산역’으로 개명하는 안건을 통과시켜 서울시의 허가만 남은 상황이라 한다.
민간에서 숭배하는 사당이 역명에 들어간 사례로는 2호선과 6호선이 지나가는 신당(新堂)역이 있다. ‘신당역’은 이곳에 신당(神堂)이 많이 있어서 유래한 지명이다. 신당역 인근에는 서울의 남소문인 광희문(光熙門)이 있는데, 죽은 사람의 시신이 나가는 문이라는 뜻으로 시구문(尸口門)이라고 했다. 시신이 나가는 지역인 만큼 무당들이 굿을 하는 신당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서울역이 1호선에 이어 4호선이 지나가게 되면서, 교통 체증이 심한 경우 마음 놓고 시간에 맞추어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게 됐고, 1994년 개통된 서울대공원역은 필자가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를 찾아갈 때 이용하던 역이었다.
서울대공원역은 개통 초기부터 2024년까지 ‘서울랜드’를 병기했으나, 현재는 병기역명이 해지됐다. 창경궁에 있던 동물원을 1984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긴 후, 1994년 4월 지하철을 개통하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대폭 늘어났고, 필자도 이에 부응한 것이다.
1995년에 왕십리에서 상일동 구간이 개통된 것을 시작으로, 1996년 3월 방화에서 까치산 구간, 1996년 12월 30일에 여의도에서 왕십리 구간이 개통됐다. 5호선 김포공항역의 개통은 김포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
6호선에서 9호선까지
지하철 6호선은 1994년 1월 착공해 단계적으로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은평구와 중랑구 지역을 이어주면서 마포구를 경유하는 노선이다. 한강 이북 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데, 노선의 일부가 순환선의 형태로 구성됐다.
6호선을 대표하는 역은 2010년 12월에 개통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경의중앙선,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연결되며, 3개 노선의 환승역이 됐다. 여의도에서 이곳으로 이동한 방송국들이 다수 자리를 잡고 있어 새로운 방송의 메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하철 7호선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장암역에서 인천광역시 서구의 석남역을 잇는 철도 노선이다. 수도권 전철과 서울 지하철, 인천 도시철도의 일부를 구성하며, 서울시의 2기 지하철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일부 지상 구간(장암-도봉산-수락산, 건대입구-자양-청담)이 존재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지하다. 필자가 건국대에 재직하는 만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선이다. 최근 뚝섬유원지역이 자양역으로 역명을 변경했는데, 지하철에서 갑자기 새로운 역 이름을 방송해 잘못 탔는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 9호선은 서울의 강서구에서 강동구까지 운행 중인 노선으로, 한강의 물길을 따라 배치했기에 강서에서 강동까지 가장 빨리 가는 노선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해 개통한 올림픽대로와 거의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빨리 갈 뿐 아니라 주요 직장이 몰려 있는 강남을 통과하기에 출퇴근 시간에는 그야말로 ‘지옥철’이 되는 노선이다.
개화역에서 신논현역의 1단계 구간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신논현역에서 중앙보훈병원역에 이르는 2단계와 3단계 구간도 개통됐다. 고속터미널역이 9호선을 통과하면서, 3호선과 7호선 환승이라는 편리함 때문에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들도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
출처 : 서울특별시 내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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